[제주도] Christmas in Jeju #1.추억의 장소와 재회하다
Christmas in Jeju
#1. 추억의 장소와 재회하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낮
제주도는 이번에 세번째이다.
1995년도에 우리 가족과 고모네 가족이 갔던 여행이 첫번째요(중학교때라서 기억도 잘 안난다),
2002년에 동아리에서 친했던 선후배 6명이 의기투합하여 갔던 여행이 두번째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배타고 추억이나 남겨보세"라고 호기롭게 외쳤다가
밤12시에 기차타고, 목포에서 제주까지 배타고 가며 죽도록 고생만 하고
제주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뻗은 기억이 새록새록하다-_-;
게다가 밤마다 술먹고 수다떤다고(우리 동아리가 독서토론회를 가장한 주도(酒道)육성회였다;)
관광할 돈을 먹고 마시는데다 쏟아부어
관광지 앞에서 "에잉, 비싸. 이 돈으로 오늘 밤 삼겹살에 소주 콜."하며 돌아섰던 기억뿐이다;
상황이 이러할지니...
내 기억의 제주도란... 감히 두번이나 다녀왔다고 할만한 기억이 전혀 없는거다.
이번 세번째 여행은 친구 민자와 함께다.
고2때 처음 만나 여고시절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공유해온 친구.
내년이면 10년차 친구가 되는데도
이번이 우리가 함께하는 첫 여행이다.
갑작스럽게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고픈 충동에서 이루어진 여행이기에
준비도 미흡했고 아는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꽤 즐거웠던 것 같다.
2007.12.24일
오후 1시 5분.
우리는 제주행 아시아나항공에 몸을 실었다.
2인 김포<->제주 왕복항공권 221,520원
크리스마스 연휴라서 그런지 그 작은 비행기에 사람이 꽉 차 빈자리가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스튜어디스 언니들이 빨간 망토를 두르고
즉석사진을 찍어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짜로 찍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민자는 "이 사진 나 아닌거 같아. 나처럼 안나왔어"라며 좋아한다.ㅋㅋㅋ
국내선까지 합하자면 총 비행기를 6번 타봤는데, 내 기억에 이런적은 별로 없었다.
언제나 파란 하늘과 뭉게뭉게 흰구름들이 펼쳐졌는데;;
"원래 이런거 아니었어? 나 일본갈때도 이랬는데."
..........원인은 너였구나-_-
넌 구름을 몰고 다니는 어린이였던게야!!
하늘이 보이지도 않는 창문에 대롱대롱 매달려 50분을 보내자
멀리서 흰 구름에 둘러싸인 산이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였다.
한라산이다.
우와- 정말 장관이다.
5번 주차장즈음에 스타렌트카 차량이 서있어 예약했던 아반떼 XD를 받았다.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시고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대만족.
게다가 69시간을 빌리는데 자차보험 모두 합해서 94500원이었으니...
역시 이래서 비수기가 최고-_-b
비행기에서부터 "니가 운전해라, 니가 해라" 싸웠는데, 결국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아반떼 XD라면 내가 몰던 차종이니 내가 더 낫겠다는 결론이었는데,
사실은 3년만에 운전대를 잡는거라 오른쪽 페달이 액설레이터인지, 브레이크인지조차 헷갈리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_-;; 하지만...역시 몸으로 기억한 건 잘 잊혀지지 않는 모양인지,
딱 핸들을 잡으니 감이 온다. 머리보다 몸이 똑똑하다는건 참 슬픈일이다.ㅋㅋ
(닌텐도로 뇌나이 측정 결과 63세로 나왔다는...ㅋㅋㅋㅋㅋ)
"어디부터갈까?"(루트는 커녕 숙소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왔다;)
"어차피 중문단지로 갈거니까, 가는길에 있는걸로 보자."
"그럼 신비의 도로 어때?"
"그건 뭔데?"
"보기에는 오르막길인데, 실은 3도쯤 경사가 진 내리막길인거야. 착시현상인거지."
"정말?"
"어. 가서 자동차를 중립기어로 놓고 가만있으면 차가 슬슬 기어가는거야. 분명히 오르막길로 보이는데."
"오, 좋다. 가자."
민자는 내 설명을 듣더니 좋다고 가잔다.
우리는 제주공항을 떠나 신비의 도로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 조차도 "여기는 제주도야"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공항을 나서는 길에 쭉 놓여진 야자수부터 시작해,
제주도답게 굴곡이 심한 2차선 도로와, 도로를 따라 심어진 키 큰 나무들까지.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광경에 우리는 기분이 최고조로 업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랬겠지;;.
신비의 도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바로 건너편에 러브랜드가 보이는거다.
"가자."
"저건 계획에 없던건데."(언제부터 계획이란게 있었다고;)
"그냥 다 가보자!"
아마도 둘째날 러브랜드를 만났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첫날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관광지기에 일단 다 신기했던거다.
민자의 제안에 나는 계속 "정말? 안 민망하겠어? 나 저런거 잘 모르는데 니가 설명해줄거야?"라고 물었고
민자는 "그럼. 나만 믿어."라며 날 러브랜드로 끌고 들어갔다.ㅋㅋ
러브랜드는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고, 생각보다 에로틱하지도 않았다-_-
너무 드러내놓고 있으니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성교육 받는 기분정도?
모든 조형물들이 여성과 남성을 상징하고 있기는 했지만,
눈썰미없고 눈치없는 나로써는 전혀 모르다가 민자가 얘기해줘서 알았다;
알고보니 더 웃기고 재밌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인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작명센스...ㅋㅋ
저 차가 간간히 들썩들썩 움직이는데, 그 꼴도 좀 우스꽝스럽긴 하다.
이 곳을 나와 신비의 도로에서 중립기어로 차가 기어가는 것도 실험해보고,
어린 아이들이 물통을 굴리는 것도 구경하다가,
중국에서 온 단체관광객들의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다음 목적지인 "항몽유적지"로 향했다.
가는길에 광년이 네비 때문에 헤맬뻔했지만, 그래도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광년이 무시하고 표지판대로 달렸다;
렌트카후기에서 "스타렌트카 네비는 광년이네비"라는 말을 많이 듣고갔기에 별로 새로울것도 없었지만,
직접 당해보면 열받는건 어쩔수가 없더라.-_-
항몽유적지는 이번 나의 제주도 여행의 목적 2가지 중 하나였다.
크게 무언가 볼것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700년전 격전의 현장을 보고싶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몽고군에게 대항했던 삼별초.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몽고군 뿐 아니라 고려의 정부군에게도 쫓겼다는 사실이다.
굴욕적인 강화 이후 원나라(몽고)의 부마국으로 전락한 고려 정부는, 끝까지 저항하는 삼별초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자신들의 손으로 삼별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충성을 바친 국가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마음이 어땠을까.
나는 그 곳에서 향을 하나 피우고 돌아섰다.
왠지...참 씁쓸했다.
이 곳은 300원이라는 껌값도 안되는 가격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대학생할인을 받아 150원으로 들어갔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수 있기까지 주권을 지키고 주체성을 지켜온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뿌려졌음을 잊지 말아야할텐데, 우리는 지금의 이 자유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기에 갈 길을 서둘러야했다.
오늘의 목적지인 중문관광단지로.
거의 제주도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달리기에
한라산을 끼고 달리는데, 그 풍경이 또 기가막히게 아름답다.
수많은 오름들, 그 뒤에 너머 짙게 물든 석양.
바로 이 곳이 제주도였다.

별이 지는밤☆ s백설공주s 꼬망 구안디 내멋대로 해라 그린의 그림 마을 국화사랑 로스킨 건축과 도시생각 나무와 숲
